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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함께 흐르는 단양 은하수

강과 함께 흐르는 단양 은하수
[nomad의 길을 따라 95] 구담·옥순봉에서

정미경 기자 forest@ngotimes.net
산자락을 구비구비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구담·옥순봉마저 휘감아 돌아, 명경지수(明鏡止水)와 다름없는 하나의 호반을 이루는 곳. 아니, 호반위에 떠서 신기루 마냥 잠겨있는 구담·옥순봉은 짙은 외로움만이 앙증맞게 어울리는 비경(秘景)입니다.

아무도 찾은 적이 없이 그렇게 접근을 거부한 채로 주변의 모든 소리조차 빨아들이는 이 적요(寂寥)한 풍광을 나는 일찍이 본적이 없어요.

자신의 모습에 취해 자기의 빛깔로, 흐르는 하늘빛 호수마저 물들여 벽계수로 만들어 버리는 아찔하기 짝이 없는 기암절벽과 청계옥류는 역시나 신선의 놀이터 일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벗하는 것은 애오라지 흰 구름과 푸른 바람 뿐.

교교한 달빛이 저 너머로 사라지면 그때 마주 하는 것은 깊은 밤하늘 속으로 흐르는 미리내 뿐. 모든 작위가 발붙이지 못하는 고풍스런 풍광은 속세의 비루함을 마치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어요.

여기는 소백산자락과 남한강이 만나 엮어내는 비사(秘事)의 중심, 월악산과 금수산을 품고 있는 장회나루와 청풍나루에 걸쳐 있는 신선의 거처입니다. 나루터에 어려 있는 애절한 사연마저도 이곳에선 전설로 묻혀 버리기 일쑤이지요.

달빛 머금은 채 느릿느릿 자라는 숲은 그 모두를 그대로 가라앉혀 놓고 맙니다. 그래서 이곳은 푸른 바람과 유유한 구름만이 넘나드는 원시의 협곡, 달마저 오래 머물 수 없는, 숨어 있는 꽃잠 자리에요.

그야말로 숲과 강의 절묘한 만남이 만들어내는 진경산수의 전형입니다. 병풍처럼 둘러싼 백석(白石)과 머문 듯이 흐르는 청수(淸水)는 은은하기 짝이 없고 유려하기 이를 데가 없어요.

때문에 바람도 고요하며 달빛마저 교교할 수밖에 없는 가 봅니다. 멀리 보이는 중중첩첩의 마루금, 에돌며 기척도 없이 뒤척이는 강줄기는 우리들에게 탈아(脫我)를 설(說)하는 염화미소(拈華微笑)가 아닐까.

산허리를 에워싸고 굽이치는 강물은 떨어지는 나뭇잎을 갉아 먹는 다양한 수서 생물들을 키우게 됩니다. 그에 따라 어족 다양성은 풍부하기 이를 데 없어요. 곤충류를 비롯한 양서류가 떼를 지어 살게 되며 그들은 숲 그림자를 배경으로 하여 왕성한 번식을 하게 됩니다.

조류와 산 짐승들의 생태적 연결 사슬이 점점 복잡해져 갈 것은 보나마나라고 할 수 있고요. 이것은 또한 수목과 초본류 등의 번식에 있어 매개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간섭이 최소화된 조건에서 숲은 물을 품게 되고, 물 또한 숲을 키우면서 다종다양한 생태적 연쇄사슬이 엮어지게 됩니다.

늘어나는 조류들과 산짐승들의 밀도(密度)를 적정선에서 유지 시켜 주는 것은 육식성 동물들과 맹금류들, 그리고 어딘가에 숨어 있을 동굴을 거처로 삼는 박쥐들이에요.

이렇게 하여 숲과 강이 함께 어울리고 있는 곳에서는 생태적 순환성이 자체로 완성되어갑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곳 장회나루와 청풍나루 사이에 걸쳐 있는 구담·옥순봉입니다. 이것은 지역적 확산을 불러오게 되어있어요.

여기에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강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 언제나 처음 같고, 구름과 달이 있어 늘 그렇게 머물러있으니 바로 이곳이 무릉도원!

너무나 사랑하여 가까이 있으면 행여나 상처라도 받을까, 멀리 떼어 놓고 그리움 태우면서 도무지 못 견디게 보고 싶으면 그때 가서 몇날 며칠을 목숨 바쳐 사랑하다가 못내 아쉬움마저 곱게 접어 시 한수로 달랠 수 있는 바로 이곳이 무릉도원입니다.

그야말로 바람은 어디서 불어 어디로 가며, 휘영청 밝은 달은 숨은 사랑을 더욱 꼭꼭 감추게 하고 있으니, 소쩍새마저 밤새워 헤매지만 찾지를 못합니다.

애달픈 연정을 절정에서 멈추게 하는 나는 이곳이 정말 좋습니다. 이승에서의 못 다한 사랑, 피안에의 그리움으로 꼭꼭 접어 숨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강숲 인지 숲강 인지, 바람은 어디로 부는지 모를 몽환적 상태에서 당신을 목숨 바쳐 사랑 하고 싶습니다.

밤마다 강으로 내려와 함께 흐르는 은하수를 시샘하는 중턱에 걸린 달의 마음을 나는 압니다. 마루금에 턱 괴고 흘겨보는 그 질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오그라들었다 부풀어 올랐다, 들쭉날쭉 하는 그 마음을 어찌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정미경기자
홀로 지키는 밤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구담·옥순봉위로 흐르는 교교한 달빛.

마주보며 같이 흐르는 짝꿍중의 둘도 없는 단짝, 떠날 시간이면 으레 설픈 눈망울로 눈물을 흩뿌리다 하루 종일 은빛 윤슬 반짝이며 기다리는, 해도 해도 모자라는 애틋한 사랑에는 나 또한 시샘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곱게 단장을 한들 무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 강입니다. 봉우리마다 붙들어 놓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달의 바람끼는 도무지 잡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그대로 놓아 둘 수밖에 딴 도리가 없습니다.

술잔에 달을 넣어 단숨에 삼켜 버리고 싶은 그런 밤입니다! 홀로 지키는 밤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구담·옥순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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