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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정부의 경찰’…취임 100일은 싸움의 연속”

“환경부는 ‘정부의 경찰’…취임 100일은 싸움의 연속”
[인터뷰] 이치범 환경부 장관

이치범 장관은 환경부를 ‘정부의 경찰’이라고 표현했다. 정부 내의 유일한 보전부처로서 타 부처를 감시·견제하는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가리킨 것이다. 실제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110여 일 동안 이 장관은 “다른 부처와 싸우기만 한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이 장관은 건설교통부와 부처 간 기능 통합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환경부의 환경 보전 기능과 건교부의 국토 개발 기능의 통합을 검토하라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공식 지시했기 때문에 이 신경전은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와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의 원활한 재활용을 위한 자원순환법 제정을 놓고 진행된 산자부와의 갈등은 이 장관으로선 취임 후 가장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를 건의한 환경부의 의견이 산자부에 의해 ‘묵살’된 것도 편치 않다. 앞으로도 에너지 관련 문제 등 산자부와 부딪힐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시민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 진행하던 대규모 국책 사업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정부 사이의 갈등은 고스란히 환경부의 짐이 됐다. 시민·환경단체와의 민관환경정책협의회가 복원됐고, 이런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본격적으로 마련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갈등의 유탄까지 환경부가 맞았다. FTA 분위기 조성을 위해 스크린쿼터 축소와 함께 수입차의 배출 가스 기준을 완화해준 것이 거센 여론의 비판을 맞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일이라지만 환경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실타래처럼 얽힌 난제에 환경운동가 출신의 이치범 장관은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을까? 이 장관은 자신의 솔직한 생각과 심정을 <프레시안>에 털어놓았다. 결론은 “여전히 국민의 지지만이 환경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지난 27일 김창희 편집국장이 진행한 이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하는 일마다 타 부처와 티격태격…부처간 조율이 제일 어렵다”

▲ 이치범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

프레시안 :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장관에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다. 실타래처럼 얽힌 환경 관련 사안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치범 : 취임 후 100일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냈다. 1993년부터 환경단체에서 환경운동을 시작했으니 이제 이 영역과 인연을 맺은 지 14년째가 됐다. 환경 관련 정부 산하기관에서 5년 넘게 일한 탓에 환경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고 공무원들과 교류도 많았다. 그래서 자신 있게 왔는데 막상 와서 일을 해보니 만만치 않다.

가장 어려운 일은 정부 내 유일한 보전부처로서 다른 부처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다. 환경운동을 할 때는 이상적인 목소리를 내기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오로지 환경주의자 입장에서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 조건과 다른 부처와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어떻게 이상에 좀 더 근접하는 정책을 낼지 고민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프레시안 : 당연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런 조율 과정에서 최근에 가장 어려웠던 일은 어떤 것이었나?

이치범 : 근래에는 산업자원부와 손발이 안 맞는 일이 있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의 재활용을 위해서 사전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추기 위해 환경부에서 자원순환법을 제정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산자부 쪽에서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 자꾸 완화된 규정이나 법을 만들려고 해서 참 답답했다.

결국 산자부와 공동 입법하는 모양새가 됐다.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는 환경부 법이면 어떻고 산자부 법이면 어떠냐? 제대로 법이 만들어지면 그만이지. 결국 그렇게 공동 입법을 해놓고 보니 자원순환법 자체도 처음 환경부가 의도한 것과는 좀 다른 모양이 됐다. 바로 이런 게 환경부의 힘든 처지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또 수해 이후에 갑자기 대형 댐 건설 주장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환경부의 기본적 임무가 감시와 견제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결국 국민, 기업, 또 타 부처와 계속 갈등과 설득을 병행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형 댐 건설 논의, 성급하고 시의적절하지 못 해”

프레시안 : 방금도 얘기가 나왔지만 최근 갑자기 대형 댐 건설 논의가 불거져 나와 국민들도 많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환경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치범 : 수해가 난 다음에 갑자기 댐 건설 주장이 나와서 참 당혹스러웠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런 논의는 성급하고 시의적절하지 못 하다. 수해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없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기왕에 몇 개 댐 건설이 유보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그런 논의를 홍수라는 상황을 계기로 일거에 뒤집으려 하는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못 하다. 지난 7월 18일 당·정 협의 과정이나 그 이후에 건설교통부조차 ‘댐 건설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미 대규모 다목적 댐은 정리가 한 차례 된 사안이다.

2005년 10월 19일 있었던 국정과제회의에서 ‘국내의 대규모 다목적 댐은 이미 국토 면적이나 수량 확보를 염두에 둘 때 지을 만큼 지었으므로, 앞으로는 댐을 건설하는 게 아니라 유역별 특성에 맞는 유지·관리에 주력하면서 다른 농업용 댐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정리가 됐다. 이런 정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 대신 이제 홍수 예방은 본류에 댐을 짓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유역 전체가 홍수를 분담·방어하는 치수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댐, 저류지, 방수로 등 유역 내 수방시설물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홍수 방어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산자부와의 불협화음이나 댐 관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뭔가 계속 ‘개발’을 하려고 하는 정부 부처의 기존 관행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도 그런 갈등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치범 : 사실 그게 건교부, 산자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을 해 오면서 ‘개발’이 늘 모든 정책의 밑에 깔려 있었다.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 동안 그런 점이 한 순간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환경부에서 ‘환경과 경제의 상생’, ‘개발과 보전의 조화’ 등의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얼마나 이런 게 이뤄지지 않으면 목표로까지 내세우겠느냐? 앞으로도 ‘환경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다.

“이원화된 ‘물 관리’, 이제는 통합돼야 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구체적인 정책을 얘기해 보면 좋겠다. 그 동안 4대 강 수질 개선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온 것처럼 ‘물 관리’는 환경부가 중점을 뒀던 정책이다. 그간의 성과는 무엇이고 지금 주력하는 지점은 어떤 부분인가?

이치범 : 그동안 우리 정부 환경 정책의 터닝 포인트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다. 이처럼 수질과 관련된 부분은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큰 부분이고 또 이 때문에 환경부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했다.

일단 1997~98년 무렵부터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단 4대 강 상류의 ‘BOD(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기준의 수질은 크게 개선됐다. 한강도 일반적으로 1급수에 접근했고, 그 어렵다던 낙동강도 2급수에서 1급수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만족할 때가 아니다. 물이라는 것은 물고기가 뛰어 놀고 애들이 멱을 감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BOD만 개선됐다고 다 된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제 포괄적인 물 환경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현재는 향후 10년간의 ‘물환경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계획에서는 훼손된 하천의 자연형으로의 복원, 화학물질 관리 등 물 환경 전반에 대한 개선이 보완될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관련 부처에서 ‘물 환경’이라고 하지 말고 ‘수질 환경’이라고 해라, 이렇게 딴죽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물 전체를 환경부가 다룰 게 아니라는 얘기다.(웃음)

프레시안 : 물 관리 업무 통합 문제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임 때부터 물 관리 업무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치범 : 물 관리 업무를 통합하는 게 맞는 정책방향이기 때문이다. ‘질’과 ‘양’의 관리가 같이 가야 정상적인 게 아니겠느냐? 상수도 업무만 해도 광역 상수도는 건교부, 지방 상수도는 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다. 이것도 일원화하는 게 맞다. 10년 이상 끌어 온 문제라 결코 쉽진 않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어야 할 부분이다.

“환경부-건교부 통합, 더 늦기 전에 공론화하자”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환경부-건교부의 통합 문제로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이 얘기는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가?

이치범 : 조금 전에 언급했던 2005년 10월 19일의 국정과제회의에서 물 관리 일원화 문제가 언급되면서 이 문제를 총리실 산하의 ‘물 관리 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주관 부처른 누구로 하고, 상임위원회를 어디에 설치할 것이냐는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차에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다시 근본적으로 논의하자,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 논의 과정에서 꼭 물 관리 문제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환경부, 건교부의 기능 통합 문제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결국 환경부, 건교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도 의견을 냈다. 그 결과 지난 7월 20일 노 대통령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환경부의 환경 보전 기능과 건교부의 국토 개발 기능의 통합 가능성을 검토·연구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비로소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프레시안 : 환경부의 입장은 어떤가?

이치범 : 환경 보전 기능과 국토 개발 기능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보면 국토 여건이 우리와 비슷한 나라들, 즉 국토는 좁고 인구가 많은 유럽의 나라들은 대개 이 두 가지 기능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국토개발부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간 개발 수요를 감당하면서 국토가 몸살을 많이 앓아 왔다. 이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로 지속불가능하다. 국토 전체를 염두에 두고 현재와 미래의 환경용량을 고려하면서 지속적인 계획,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20일 대통령이 지시하는 자리에 없었지만 그 자리에서도 단순히 ‘검토’를 요구하는 수준은 넘어섰던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이 환경부-건교부 통합과 관련해 두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처 기능의 통합이 집권 후반기에는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또 환경부보다 조직 규모가 큰 건교부와의 통합 과정에서 환경 보전 기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프레시안

이치범 : 그런 우려들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시한을 정해서 올해 말까지 또는 현 정부 임기 내에 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면 힘에 부칠 수도 있다. 그만큼 큰 문제다. 그러나 그렇게 큰 문제기 때문에 사회적 공론화를 지금이라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나오는 것은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고 임기 내가 아닐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1년, 3년, 5년, 혹은 10년 뒤라도 방향은 환경부와 건교부의 기능 통합이 맞고 지금이라도 사회적 공론화가 시작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교부가 예산 규모, 인원 숫자, 사회적 지지 등 모든 면에서 환경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으로 크다. 이 때문에 건교부에 환경부가 흡수 통합되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논의가 5년 전에 나왔더라면 환경단체가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단체도 찬성한다. 지금은 그렇게 개발 가치가 환경 가치를 완전히 압도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통합되는 과정에서 환경 쪽이 완전히 죽는 식이 된다면 국민, 환경단체, 언론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개발 가치는 자본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다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다. 우리 사회의 환경 가치에 대한 지지가 그렇게 신뢰할 만한 수준인지 의문이다.

이치범 : 물론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환경부와 건교부가 1:1로 통합될 수도 있고, 건교부의 교통·물류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과 통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건교부에서 직접 집행하던 기능을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로 떼어 내고 계획·관리 기능을 환경부와 통합할 수도 있겠고. 이런 여러 가지 가능한 안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가장 합리적인 방향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산자부의 적극적인 모습 아쉽다”

프레시안 :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의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주 열악한 수준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치범 : 현재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PM10) 오염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2~3배 높은 실정이다. 환경부는 2014~15년까지 수도권 지역과 대구, 부산 광양만 등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계획·추진 중이다.

특히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된 요인인 경유 자동차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고 저공해 엔진으로 개조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의 대기환경 개선 대책이 성공한다면 2014년 이후에는 맑은 날 남산에서 인천 앞 바다를 볼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 대도시의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바이오디젤 보급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4년간 시범 정책을 실시한 산자부가 내놓은 관련 정책은 오히려 바이오디젤 보급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치범 : 이번 산자부의 바이오디젤 정책에는 환경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환경부의 의견은 <프레시안>에서 보도한 그대로다. 환경부는 끝임 없이 태양광, 풍력,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자부에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그런 의견을 제시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역할을 할 생각이다.

지금은 바이오디젤유 0.5%를 정유업체에서 첨가하도록 돼 있는데 빠른 시간 안에 그 비율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바이오디젤유 생산업체도 아직 많은 물량을 공급할 여건은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산자부에서 앞으로 몇 년 후엔 몇 %씩 증가한다는 식의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래야 바이오디젤유 생산업체도 계속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준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부분은 산자부에서 능동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BD20(바이오디젤유 20%+경유 80%)도 일부 자가 주유·정비 시설을 갖춘 곳에서만 공급할 수 있도록 제한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선례를 보면서 훨씬 더 의미 있는 규모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산자부 쪽에서도 기술상의 제약 등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출발하는 것 같은데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 아쉽다.

프레시안 : 바이오디젤 보급은 이미 4년 동안 시범 사업을 거쳤고 업체와의 자발적 협약 기간 2년까지 염두에 두면 준비 기간에만 6년을 허비하는 셈이다. 이런 점을 보면 산자부가 과연 보급 확대에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사실 세계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는 산자부는 굼뜨기만 하다.

이치범 :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에너지 정책에 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적 투자는 적은 반면 석유, 원자력 일변도의 정책만 고집하고 있으니까. 세계가 자원전쟁에 뛰어든 마당에 에너지원 다변화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그 답이 신재생에너지라는 것은 이미 선진국의 정책 방향을 보면 알 수 있고. 앞으로 환경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또 역할을 할 수 있을 때마다 의견을 제시하고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 ⓒ프레시안

“환경정책의 빈 구멍…환경성 질환 해결 위해 첫 발 내디뎠다”

프레시안 : 아토피성피부염, 알레르기성비염 등 환경성 질환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올해를 ‘환경보건 원년의 해’로 선포하는 등 이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이치범 : 4세 미만 아이 중 25%가 아토피성피부염, 천식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보건 수준이 결코 높지 않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환경부는 지난 2월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환경보건센터를 출범한 것을 시작으로 환경오염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우선 아토피성피부염, 천식 등 환경성 질환 연구를 담당할 전문기관을 행정구역 단위로 설치해 환경성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질환과 환경오염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또 환경성 질환의 원인 물질에 대한 관리를 통해 10년 뒤에는 그 위험요소를 절반까지 줄일 계획이다.

이런 환경보건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환경성 질환 발생의 원인을 규명하고 또 질환을 줄여 나가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는 도외시됐던 측면이 있다. 지난 환경정책에 큰 구멍이 있었는데 이제 비로소 그 구멍을 막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프레시안 : 이와 관련해 극장과 같은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해서는 규제가 이뤄졌는데 지하철, 버스 등 운송 수단이나 학교보건법에서 관할하는 학교 공기 질 등에 대해서는 통합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이치범 : 이미 2004년부터 건교부, 교육부 등과 함께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실내환경개선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대중 운송 수단, 학교 등의 실내 공기 질 관련 정책 현안을 조정·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환경 갈등…이제 제도로 해결해야”

프레시안 : 새만금 간척 사업의 경우 애초 세웠던 농지 목적으로는 쓸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업 목적이 변경되면 환경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치범 : 현재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토연구원 등에서 진행 중인 연구 결과가 나오면 환경부는 당연히 토지 이용 계획이 친환경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할 것이다. 또 새로운 토지 이용 계획이 수립되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별도의 협의 대상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적절히 조치해 나갈 것이다.

프레시안 : 그 동안 새만금 간척 사업,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건설 등과 관련해 환경단체와 이 정부 사이에 큰 갈등을 빚었다. 환경단체들은 노무현 정부의 환경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치범 : 사실 현 정부 들어서 새롭게 대규모 개발 계획을 입안하면서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모두 다 지난 정부에서 계속 추진해 오던 것을 이 정부가 마무리 지으면서 갈등을 빚었던 것이다. 천성산 터널, 새만금 간척 사업,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이 모두 다 그랬다. 이런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환경단체하고도 누적된 갈등이 폭발했던 것이다.

이제 다시 민관환경정책협의회를 복원해서 앞으로는 이런 첨예한 환경 갈등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전처럼 어쩌다 한두 번 모여서 평소 생각만 쏟아내고 헤어지는 민관 소통 기구가 아니라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협의회가 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솔직히 이런 협의회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부 측 의지가 중요하다. 물론 귀찮은 일이지만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의견을 구하고 그것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계속 환경운동 출신이 장관을 맡으면서 이런 노력이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고 가능한 한 앞으로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환경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도 도입됐다. 환경 갈등이 빚어진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개발 사업이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됐고 또 환경영향평가 등도 대상 사업의 범위가 협소하고 평가 시기도 뒤늦은 탓이 컸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도입한 것이다.

즉 개발 계획의 입안 초기 단계에서부터 계획의 적정성,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또 지역 주민, 전문가, 환경·시민단체의 참여를 통해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된 이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 자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수입 자동차 배출 가스 기준 완화…FTA 선물로 줬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 환경부도 수입 자동차의 배출 가스 기준을 완화해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 중 하나를 들어준 것으로 비판 받고 있다.

이치범 :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수입 자동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한 것은 맞다. 사실 ‘4대 선결조건’ 중에서 아마 FTA 분위기 조성을 위해 들어준 것은 수입 자동차의 배출 가스 기준이 유일할 것이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그 이전부터 계속 축소 논의가 있었던 사안이고 약가 재조정,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아직도 논의 중이니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입 자동차의 배출가스 기준 완화 요구를 받아준 배경이 있다. 2003년에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2006년부터 강화하기로 하면서 수입 자동차의 경우는 1년 유예를 해줬다. 그것을 FTA와 관련해 2년 더 연장을 해준 것이다. 거기에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와 미국에서 수입하는 차의 비율이 200대 1 정도 되는 것도 판단에 작용했다. FTA 분위기 조성을 위해 들어줘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프레시안 : 환경부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대표적인 ‘국가의 왼손’이라고 할 수 있다. 범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치범 : 환경부와 관련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큰 쟁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하나하나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을 검토해서 어떤 것을 양보하고 어떤 것을 반대로 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다 나와 있다. 절대 일방적으로 미국이 이롭고 우리가 불리하게 될 수 있는 협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환경부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환경 컨설팅, 토양오염 치유 기술 분야 등을 개방하는 문제다. 우리나라 환경산업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미국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관련 업계와 계속 논의해 왔는데,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또 다른 이들은 좀 힘들겠지만 개방이 중·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분들도 많다.

즉 지금 개방을 해서 빨리 미국의 선진적인 기술을 습득해서 중국, 동남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마다 좀 다르겠지만 이렇게 한미 FTA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정부도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환경부, 국민 지지 없이는 절대 ‘정부의 경찰’ 역할 못 해”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재임 중에 특히 중점을 두는 분야를 언급해 주면 앞으로 국민들이 환경부의 행보를 주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치범 :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부처 간의 업무 기능 조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환경부가 바라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또 환경부가 본격적으로 새로 시작하는 환경보건 분야의 노력과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첫 단추를 잘 꿰도록 노력할 것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환경부만큼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가 없다. ‘개발과 보전의 조화’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까운 업무를 현실화하기 위해 칼날 위를 걷듯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국민의 애정이 깃듯 관심과 비판이 큰 힘이 된다. 그래야 환경부가 ‘정부의 경찰’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정리=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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