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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두꺼비의 공존, 가능할까

인간과 두꺼비의 공존, 가능할까
[희망버스-청주①] 기계톱·불도저 맞선 원흥이 마을 보전운동
박완희(pwh5505) 기자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뒤, 진보세력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시민운동단체에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갑갑함을 토로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그 해법을 지역에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실천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으려 합니다. <오마이뉴스>가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함께 7월 1일부터 16일까지 전국을 돌며 ‘세상을 바꿔가는 현장보고서 – 희망버스의 16일간 전국일주’란 제목의 공동기획 기사를 연재하는 까닭도 이 때문입니다. 이 기간 동안 11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전국 곳곳에서 느릿느릿 세상을 바꿔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그리는 ‘대한민국 희망지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 원홍이 방죽의 두꺼비를 살려달라는 탄원이 담긴 플래카드.

ⓒ 박완희

[세상을 바꿔가는 현장보고서-16일간 전국일주] 공식블로그 바로가기

2003년 봄, 청주 산남3지구 택지개발사업 대상지로 토지보상이 진행 중이었던 원흥이 마을은 하나, 둘 빈집만이 늘어가면서 도시화로 붕괴되어가는 여느 농촌마을 모습 그대로였다. 몇년간 농사를 짓지 않은 33만2000평. 드넓은 원흥이 마을의 논과 밭은 스스로 자연을 회복시키며 개발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수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청주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도심 속 오지였던 이곳 원흥이 마을은 우연히 두꺼비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청주시민에게 다가 온 두꺼비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아이들과 자연학교 첫 프로그램으로 ‘두꺼비를 살려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건 이후로 조용했던 이 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그해 5월, 원흥이 방죽에서 구룡산으로 대규모 이동하는 애기두꺼비의 모습이 한 방송에서 보도되자 도시생활 속에 자연을 동경하던 청주시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개발도 좋다지만 최소한 이런 곳은 그대로 보전을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원흥이 두꺼비를 살리자는 서명운동이 들불처럼 이어져 한달여만에 5만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았다. 이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3월부터 매일 현장을 지키면서 두꺼비를 비롯해서 원흥이마을 자연생태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시민들에게 안내해 준 어머니들의 노력이 큰 힘이 됐다.

이러한 풀뿌리 주민들의 힘을 근간으로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원흥이마을 생태문화보전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라는 연대조직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두꺼비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개발주체인 토지공사는 양서류 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그 결과 4m 이동통로 확보방안을 제시했다. 이 제안은 그 동안 작은 음악회, 촛불한마당, 현수막 이어걸기 등으로 두꺼비를 살리자고 염원해 온 많은 시민들은 오히려 분노하게 했다.

2003년 12월 초 갈등이 지속되던 과정에서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중재안으로 두꺼비 이동통로 폭을 20m로 넓힐 것을 권고했으며 토지공사는 이를 수용해 12월말, 충청북도로 하여금 실시계획승인을 받았다.

대립과 갈등을 넘어 상생의 대안 합의

2004년 2월, 시민대책위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권고안으로는 두꺼비를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두꺼비 살리기 운동을 새롭게 이어가기로 결의했다. 토지공사는 공사를 강행했고 이를 막기 위한 갈등이 시작됐다. 새벽녘 기계톱 소리가 들릴 때면 언제나 시민대책위 회원들이 나와 벌목을 막고, 논을 갈아엎는 불도저 앞에 드러누웠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원흥이마을에서는 아이들과의 생태교육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생명의 금줄치기, 작은 음악회, 법원 앞 1인시위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시민단체들이 무조건 반대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5월, 시민대책위는 43개 단체와 150여명의 지역인사가 참여하는 원흥이생명평화회의로 확대 전환한 뒤 상생의 대안, 양보안 등을 제시했다.

그 이후 새벽 6시, 700명이 참여한 청주시민 원흥이껴안기, 상생의 대안 실현을 위한 촛불한마당, 법원·검찰청사 이전을 촉구하는 청주시민 60만배, 충청북도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도청앞 농성, 국정감사 사절단 파견, 맹꽁이 재조사 요구, 최후의 단식농성 등 청주시민들과 함께 두꺼비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계속했다.

결국 2004년 11월 토지공사와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 끝에 합의안을 만들었다. 원흥이 방죽 원형보전, 두꺼비 생태통로 확대, 생태공원 조성, 택지개발사업 시 시민단체 의견 수렴 등 10가지 합의문에 서명했다.

▲ 두꺼비들.

ⓒ 박완희

두꺼비 생태공원 밑그림을 그리다

2005년 1월,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두꺼비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시민기획단을 발족했다. 토지공사와의 합의 이후 두꺼비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우선 3월에 산란을 위해 내려오는 두꺼비를 맞이하기 위해 산란지 확보, 임시 이동통로 개설, 유도망 설치 등 사전 준비했다. 두꺼비 생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두꺼비가 공사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치한 유도망이 일부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원흥이방죽으로 직선 이동하려는 대다수 두꺼비들에게는 크나큰 장애물이었다.

양서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보았지만 두꺼비에 대한 연구가 부재한 터라 쉽사리 문제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동통로를 찾지 못한 두꺼비들은 자원활동가들이 하루에 3회씩 유도망을 순찰하여 옮겨 주었다. 이렇게 해서 2005년도에는 500마리의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내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원흥이 방죽만큼이나 두꺼비 서식에 중요한 공간이 두꺼비의 여름서식지이자 동면지인 구룡산이다. 구룡산은 택지개발과 늘어가는 등산객 등으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에 따라 구룡산에 대한 정확한 생태계 조사와 이를 통한 보전대책 수립을 위해 토지공사, 주택공사와의 협의 하에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자연생태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주 1회씩 구룡산 시민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제대로 된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설계팀에 시민위원으로 참여하여 토론회, 워크숍, 간담회 등을 여러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민참여형 생태공원 기본계획 수립 과정을 거쳤다.

인간과 두꺼비의 공존을 위한 실험, 이제부터 시작!

올해부터는 원흥이 두꺼비에 대한 시민모니터링을 한국교원대 양서류팀과 함께 진행했다.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도망을 설치하고 50m 구간마다 두꺼비 함정을 설치하여 원흥이방죽을 찾는 두꺼비들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두꺼비가 출현하는 시기의 날씨, 온도, 습도를 비롯해 총 개체수, 출현장소, 이동통로 이용현황, 몸길이, 무게 등도 조사했다. 이러한 조사가 3~4년 정도 지속된다면 향후 원흥이 두꺼비의 존속가능 개체수 등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두꺼비 생태공원 핵심과제인 물순환 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원흥이 방죽 주변에는 아파트와 법원, 검찰청, 단독주택지 등이 들어선다. 이렇게 되면서 원흥이 방죽은 유입양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고, 주변지역이 건물과 도로 등으로 포장되면서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기후에 의한 생태계 교란 등도 우려된다.

▲ 두꺼비들의 이동통로 보호를 위해 ‘인간’의 양보를 요구하는 글귀.

ⓒ 박완희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흥이 방죽에 자연정화공법이 도입될 예정이며, 법원·검찰청사를 비롯한 아파트단지 등의 빗물 침투·저류시설 도입돼야 한다. 단독주택단지의 옥상 및 벽면녹화, 빗물 이용 등 생태공원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이 친환경적인 생태단지로 조성되어야 한다.

지금 청주 원흥이에 조성 중인 생태공원은 생태계를 새롭게 복원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인간과 더불어 두꺼비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아직 그 누구도 이곳 두꺼비 생태공원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두꺼비와 공존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들이 지속된다면 이 실험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 시작으로 구룡산 두꺼비 핵심 서식지 땅 한 평 사기 운동(시민 한 계좌 갖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매달 두꺼비학교를 열어 자연과 소통하는 아이들, 두꺼비를 사랑하는 아이들과의 만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올 11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주민들과 함께 두꺼비가 살아가는 원흥이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한 주민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다. 12월 생태공원이 완공되면 두꺼비생태연구센터를 설립하여 두꺼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생태공원에 성패에 대한 분석, 이후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를 통해 맑은 고을 청주를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두꺼비 생태도시로의 꿈을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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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장에 출몰한 두꺼비 한 마리! “이 운동 된다!”
[토막 인터뷰] 박완희 생태교육연구소 터 살림꾼

▲ 원흥이마을 택지개발 현장. 원흥이 방죽 너머로 생태 통로가 보인다.
ⓒ김병기

“사실 속상해요.”

청주의 ‘생태교육연구소 터’ 살림꾼인 박완희씨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나왔다. 희망버스팀이 위의 글의 필자인 박 살림꾼을 만난 것은 지난 14일. 그는 우리에게 원흥이 살리기운동의 전개과정을 설명한 뒤 토지공사 등과의 싸움에서 나름대로 상생의 대안에 합의했지만, 두꺼비들이 아파트 숲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다.

2003년 ‘원흥이 두꺼비 살리기 생태보존시민대책위’가 출범하던 날 기자회견장에 두꺼비 한 마리가 떡하니 나타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순간, “이 운동은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박 살림꾼. 하지만 요즘 그는 원흥이마을 택지개발 공사장에서 하루종일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조성되고 있는 두꺼비생태공원을 관리감독하는 사실상의 감리역할. 토지공사와 합의했지만 공사 과정에서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공사 감독과 인부들과 때론 목청 높여 싸워가면서 원흥이 방죽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04년에는 1000마리의 두꺼비가 구룡산에서 원흥이 방죽에 내려와 산란을 했지만 다음해엔 500마리, 올해엔 250여마리로 줄어들었단다. 희망버스팀이 원흥이마을 택지개발 사업 현장을 방문했더니, 두꺼비 개체수가 왜 감소했는지 실감이 났다. 포크레인이 연신 흙을 퍼올리고, 대형 트럭이 뽀얀 먼지를 내며 달리는 대형 택지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두꺼비 생태공원이라는 팻말이 적힌 원흥이 방죽은 거대한 공사장의 한귀퉁이에 초라한 섬처럼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두꺼비가 산란할 수 있을까. 열악한 주변 상황을 한번 둘러보니 회의적인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박 살림꾼의 설명을 한참 듣다가 방죽 아랫쪽으로 내려가니 올해 산란한 애기두꺼비들이 풀밭에서 느리적 거리며 놀고 있었다. 구룡산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1년을 살아야 하는 두꺼비들이다.

이곳에서 인간과 두꺼비의 공존은 가능할까. 박 살림꾼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매일 택지개발 현장으로 향한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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