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관련자료

산자부 방폐장투표에 19억 임의 이용

2005년 세출입 결산내역분석 과정서 드러나
시민단체, “명백한 관권, 금권선거 증거” 파장
국회 사전승인 없어 예결산 고유기능 무시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주민투표 과정에서 ‘관련경비 충당’이란 명목으로 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예산 9억1천만원과 마산자유무역지역확장사업예산 9억9천만원 등 19억원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정부가 벌인 관권·금권선거의 실상이 드러났다’는 반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같은 사실은 <시민의신문>이 2005년도 세입·세출결산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9월 23일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후보부지 선정 주민투표’를 위해 예비비 35억6360만3천원을 사용한다는 대통령 결제를 받았다. 산자부는 이 자금을 경북 경주·영덕·포항과 전북 군산에서 지난해 11월 2일 실시된 주민투표 소요경비로 선거관리위원회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했다. 지자체와 선관위는 약 35억1천만원을 집행했고 집행잔액 5천291만6천원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4일부터 8일까지 주민투표 부재자신고를 접수한 결과 부재자신고율이 통상선거(0.2% 내외)보다 대폭 증가했다. 산자부는 당초 4.7%를 예상했지만 신고결과는 30.6%였다. 산자부는 “부재자 투표소 운영, 등기 우송료, 인건비, 차량 임차비 등 투표관리를 위한 부재자 투표관리비용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선관위에서 추가경비를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과 마산자유무역지역확장사업에서 예산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될 부분은 산자부가 사업연관성도 없는 출연금인 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 예산을 임의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김용규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출연금은 법적으로 용도를 정해놓은 돈인데 출연금을 임의로 이용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도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목적성 자금을 임의로 돌려쓰는 건 문제가 있다”고 산자부를 비판했다. 그는 “산자부가 정부산하기관 예산을 주무부처 쌈지돈으로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행정부처가 예산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은 산자부가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이하 산기평)에 출연하여 수행하는 사업으로 예산액이 3470억원에 이른다. 산기평 노조는 현재 150일이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산기평에 출연하는 예산을 산자부가 임의로 이용하는 것은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김태진 산기평 연구원은 “산자부가 출연금을 임의로 이용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고 주장한다.

예산 이용이란 “예산이 정한 각 기관, 각 장·관·항 사이에 상호 융통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예산을 이용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예산으로서 국회 의결을 얻었을 때에 한하여 기획예산처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국회 승인이나 기획예산처 승인을 얻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과 마산자유무역지역사업도 사전 승인은 없었다. 특히 이용을 하더라도 사업연관성은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 분석관은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는 이견이 있지만 전혀 별개의 사업에서 이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부부처가 제대로 된 기준도 없이 예산을 이용한다면 예산안 심사와 결산심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사업간 연관성은 큰 고려대상이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자부가 예비비를 지자체에 교부한 것 자체가 주민투표를 관권선거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는 “지난해 주민투표 기간동안 시민단체들은 끊임없이 관권,금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며 “시민단체의 주장을 입증할 근거 일부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예산을 투자한 것도 부족해 추가예산을 투입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최 국장은 “각 지자체는 선거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자금지원한 것은 ‘관권선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산자부는 당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예비비 등을 지원한 것은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의 신문>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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