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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가 대통령을 ‘바보’로 만든 것 아닌가?”

산자부가 대통령을 ‘바보’로 만든 것 아닌가?”
‘산자부-정유업계의 바이오디젤 죽이기’ 의혹 제기돼
등록일자 :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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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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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가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바이오디젤유 사용의 확대를 약속해 놓고서 정작 정책은 이를 축소하는 쪽으로 변경해 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자부, 대통령에겐 바이오디젤 ‘확대’ 공언…실제 정책은 ‘축소’

<프레시안>이 지난 5월 1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제4차 국가에너지자문회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국내 수송용 연료의 석유 의존도는 99%에 달해 이를 저감하기 위해서 (2006년 3월부터 시작된) 정유업계와의 자발적 협약 기간이 종료되는 2008년 6월 이후에 바이오디젤유의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정 장관은 이어 “BD5(바이오디젤유 5%+경유 95%)를 의무화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04년 2.08%에서 2008년 2.62%로 증가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는 바이오디젤, 태양광, 풍력 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2011년까지 보급률 5%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정 장관의 보고는 실제로 정책이 진행되는 전후 맥락을 잘 모르는 대통령을 ‘바보’로 만드는 내용이었다. 산자부가 당시 추진하고 있던 바이오디젤 보급 계획으로는 정유업계와의 자발적 협약 기간이 종료되는 2008년 6월 이후 현실적으로 BD5를 의무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10배 이상 생산량 증가가 가능하다?

산자부는 지난 3월 2일 정유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2006년 7월 1일부터 2008년 6월 30일까지 2년간 연간 9만㎘의 바이오디젤유를 경유에 첨가제로 혼합해 주유소에 유통하기로 했다. 여러 차례 지적됐듯이 이 연간 9만㎘라는 물량은 전체 경유 사용량의 0.3~0.5%에 불과한 물량이다.

이 산자부와 정유업계 간의 협약은 2002년 5월부터 4년이나 실시된 바이오디젤 시험보급 사업을 무한정 연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이오디젤에 대한 본격 보급을 한다면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산자부는 4년이나 시범 보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자발적’ 협약이라는 틀을 이용해 2년간 아주 미미한 물량만 공급하도록 조치해 바이오디젤 사업을 또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더구나 산자부는 7월 3일 고시를 발표해 아예 2006년 1월 1일부터 2007년 12월 31일까지 1년 6개월 동안 BD0.5(바이오디젤유 0.5%+경유 99.5%)만 보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시 제11조). 그나마 자가 주유시설을 갖춘 버스, 트럭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한 BD20(바이오디젤유 20%+경유 80%)의 보급기간은 2006년 12월 31일까지로 6개월에 불과하다(고시 제7조).

정세균 장관이 대통령 앞에서 공언한대로 2008년 이후 BD5를 의무화하는 데에 필요한 바이오디젤유 물량은 연간 90만㎘에서 100만㎘ 정도다. 그렇다면 이 정 장관의 공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2008년 6월 31일까지 연간 9만㎘로 묶여 있던 물량이 갑자기 2008년 7월 1일부터 그 10배 이상으로 증가해야 한다. 이것은 수요 측면에서건, 공급 측면에서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 단위로 10만㎘, 20만㎘, 40만㎘, 80만㎘ 이런 식으로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 국내의 바이오디젤유 생산량은 30만㎘ 수준이다. 10만㎘ 규모의 양산(量産) 공장을 짓는 데에 1년이 정도 기간이 걸리는 점을 염두에 두면 2년간 지속적인 물량 증가가 담보되지 않고서는 자본력이 열악한 바이오디젤업체들로서는 당장 가동하지도 않는 바이오디젤유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면 정 장관은 자신의 보고 내용(‘2008년 바이오디젤유 사용 의무화’)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대통령에게 그것을 실현할 것처럼 보고한 셈이다. 만약 산자부가 빠른 시일 안에 바이오디젤유 수요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정 장관과 산자부는 노무현 대통령을 ‘기만’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정유사에 바이오디젤도 몰아주기 속셈?

한편 산자부가 대통령 앞에서 상당한 물량의 증산이 전제되는 ‘2008년 의무화’ 약속까지 해놓고서 사실상 바이오디젤유업계의 ‘고사’가 예견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여러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바이오디젤업계 관계자는 “산자부가 바이오디젤유 자체를 죽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의무화’ 약속도 100%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충족시키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며 “바로 대형 정유사들이 2년간 ‘고사’ 상태에 빠질 바이오디젤업체를 인수·합병(M&A)하거나 바이오디젤유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바이오디젤유에 대한 수요가 없는 2년 동안 바이오디젤 관련 기술력을 축적하고, 기존 양산 공장을 인수하거나 새로운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산자부가 지난 3일 고시를 통해 바이오디젤업체가 대형 정유사를 통해서만 BD0.5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이런 상황은 더욱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바이오디젤업체들이 사실상 하청업체가 된 상태에서, 대형 정유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바이오디젤유 공급선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바이오디젤업체를 경영 위기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런 상황에서 2008년 7월 1일부터 갑자기 바이오디젤유의 수요가 기존 2년간의 물량보다 10배가 증가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겠느냐”며 “대형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업체까지 보유하게 되면 그 업체는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리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바이오디젤유와 관련업계의 ‘고사’인가? 아니면 대형 정유업체들의 ‘대박’인가?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퇴임 후의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재임 중에 본인도 알지 못하는 이런 일이 이뤄진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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