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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길 위에서 죽어가는 동물들

길 위에서 죽어가는 동물들
‘야생동물 도로치사’ 조사에 함께 하다
배만호(letter4you) 기자

지난 6월 29일(목)부터 7월 2일(일)까지 진주환경운동연합 대학생 모임(흰내)에서 주최하는 야생동물 도로치사(로드킬) 조사에 참여하였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지리산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모여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지리산 일대를 조사하였습니다. 참가한 학생들은 진주환경운동연합 대학생모임 ‘흰내’,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복지모임도 참가하였습니다.

지리산의 아픔과 길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들의슬픔을 이곳을 빌려 알리려고 합니다…<기자 주>

길에 대한 생각

사람에게 있어 길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길을 통하여 다닌다. 학교를 가고, 일터로 가고, 집으로 가는 모든 것들이 길을 통한다. 그리고 그 길은 차를 타고 다닌다. 때로는 걷기도 하고, 자전거나 다른 이동수단을 타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차를 탄다. 그러면서 길은 사람을 위한 것도 아니요, 야생동물을 위한 것도 아닌 단지 자동차를 위한 길이 되어 가고 있다.

길은 소통의 공간이자, 연결의 공간이다. 나와 나 아닌 사람들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때로는 헤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홍수나 폭설이 내려 길이 막히면 답답해하고, 힘들어 한다. 그래서 제일 먼저 복구하려고 하는 것도 길이다. 그 길을 통하여 물자들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들어온다.

때문에 길은 발전을 위한 매개체가 될 수도 있고, 또 어느 지역을 퇴보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길은 이러한 양면성이 있지만 길을 통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길을 만들고 또 만드는 것이다. 거미줄보다 더 복잡한 길을 만들다가 사람이 죽기도 하고, 또 만들어진 길에서 죽기고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꾸준하게 길을 만들고, 또 만든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넓히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 길은 정말 아무도 가지 않아야 한다. 가장 좋은 자연보호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가만히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길의 의미는 그 쓰임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들이 자꾸 가게 됨으로 살리는 길이 아닌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죽음의 길이 되고 있다.

지리산에 있는 길

지리산을 둘러싸고 있는 길은 많다. 대표적인 큰 길로는 19번 국도, 20번 국도, 24번 국도, 59번 국도 등이 있다. 그리고 지방도로는 861번, 737번, 60번, 1023번, 1047번, 1003번, 1014번 등이 있다. 진주환경운동연합 대학생회에서는 이러한 길들 가운데 20번 국도, 19번 국도, 1014번 지방도로, 24번 국도 등을 차량 및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조사를 하였다.

6월 29일 오전 10시에 산청군 덕산에 있는 덕천서원에서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 발대식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 로드킬 조사에 앞서 간단한 주의사항 및 조사 방법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 배만호

첫 번째로 시작한 곳은 20번 국도. 중산리를 향했다. 이곳은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등산객들과 여름철 피서객들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펜션과 모텔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시속 60km의 제한 속도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로서 도로의 상태가 좋아 차량의 속도가 빠른 편이다. 더구나 지리산을 향하는 길이기 때문에 야생동물들의 출현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 자전거를 타고 조사를 하러 가는 길이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마음은 먹구름이 깔려 불안했다.

ⓒ 배만호

조사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이 여학생들이었고, 또한 차량의 이동이 많은 국도이어서 혹시 생길지 모를 안전사고 때문에 전 구간을 자전거를 타며 조사를 할 수가 없었다. 구간별로 자전거를 타기에 안전하거나 숲이 많이 우거진 곳을 선택하여 자전거를 탔다.

차를 타며 이동을 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 더 잘 보였다. 쉬운 예로 길가에 있는 배수로를 들 수 있다. U자 형태로 생긴 배수로는 많은 야생동물들의 무덤이 되고 있었지만 차를 타고 가면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작은 동물들 역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에서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 차에 깔려 죽어 있는 어린 뱀을 발견하고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배만호

느리게 간다는 것은 이래서 좋았다. 차를 타고 가며, 혹은 자전거를 타며 도로에 죽어 있는 동물을 발견하고 둘레를 돌아보면 멈추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 야생동물들의 시체였다.

▲ 길에 깔려 죽은 어린 꿩.

ⓒ 배만호

학생들은 도로에서 죽은 야생동물들만 조사하지 않았다.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경치를 자랑하는 하동군 악양면에서 청암면 사이에 있는 회남재를 가로지르는 도로 건설 현장 방문, 자연농업센터 방문, 지리산 종복원센터 견학, 실상사 방문, 함양군 지곡면 골프장 건설 예정지 방문 등도 하였다.

세찬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학생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토요일(7월 1일)에는 호우주의보까지 내린 가운데 마을 회관에 모여 대학생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초록 캠퍼스 만들기’에 대한 토론을 하였다. 진양호에 서식하고 있는 수달에 대하여 준비해온 자료를 보며 설명을 듣기도 하였다. 이어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일회용품 사용에 관한 이야기와 학교에서 동아리와 학생 모임 등에서 작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 사랑에 관한 토론도 하였다.

▲ 마을 회관에서 벽을 스크린 삼아 학교에서 빌려온 빔으로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

ⓒ 배만호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 비를 맞으며 조사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결국은 다음 달에 있는 2차 조사 때에 더욱 열심히 하기로 하고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일요일까지 예정된 조사를 토요일에 마친 것이다.

진주에 돌아올 때에는 내리는 빗줄기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보러 갔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야생동물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동물들이 더 많은 동물원에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단 하루를 살아도 자유를 즐기며 사는 것과 우리에 갇혀 모진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야 하는 삶을 번갈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더러는 오래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길에서 죽더라도 자유롭게 살다 죽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산다는 것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살아가는 과정도 중요하기에 나름대로 모두가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동물원에서 염소에게 풀을 뜯어 주고 있는 모습. 제 모습입니다.

ⓒ 배만호

모든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학생답게 정리를 하였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로드킬 조사를 하며 느낀 점을 서로 이야기하며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자리였다.

아래는 학생들이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도로도 자연의 한 부분입니다. 때문에 도로만을 알기보다는 자연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합니다. 길을 가면서 단순하게 ‘경치가 좋다’라는 것만을 느낄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들을 보호하며 가야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울러 야생동물들이 길에서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차에 치여 죽는 것은 주로 큰 동물들입니다. 작은 동물들은 주로 배수로에 많이 빠져 죽는 것을 봤습니다. 지리산 일대를 짧은 시간에 둘러 볼 수 있는 것은 자동차라는 현대 문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생태 친화적인 시설을 많이 보다 많이 갖추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야생동물들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느꼈습니다. 자연도 우리 삶의 한 방식인데, 자연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닌 누군가에 의하여 조정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길을 바라보는, 혹은 자연을 바라보는 다른 눈을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자연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모든 생명은 같다는 동질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동질성을 느끼면서 삶을 바꿔가야 합니다. 이러한 것이 환경운동의 방법이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연과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함께 하는 마음이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마음들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주로 많이 발견되는 야생동물들은 뱀이었습니다. 그리고 개구리, 지렁이 등이 많았습니다. 장마철이어서 많은 차들이 다니지 않아 죽은 동물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2004년 7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에서 지리산 일대 4개 도로를 조사한 결과 무려 3000여 마리의 동물 사체를 발견하였습니다.

함께한 학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그리고 행사 진행을 준비하고 기획한 진주환경운동연합의 박보현 간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금 수정하여 월간 작은책에 보냉 예정입니다. 제 블로그(배만호.com)에도 올립니다.

2006-07-03 16:36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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