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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혼합경유 사용 문제없나

소비자, 문제 발생하면 갈 곳 없어
정부,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확대 강행

식물성 연료인 바이오디젤의 시판시기가 내달 1일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각종 논란이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연료의 선택권 제한은 물론 자동차 서비스를 제대로 받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2011년까지 바이오디젤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를 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바이오디젤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소비자, 경유 쓰려면 돈 더 내야

7월1일부터 전국 주유소에서 일반경유에 바이오디젤이 섞인 혼합경유가 판매된다. 혼합경유는 바이오디젤 함량 5% 이하의 연료로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일반경유는 전면 혼합경유로 교체된다. 물론 판매는 지금처럼 ‘경유(Diesel)’로 되지만 엄밀히 보면 바이오디젤이 섞인 혼합연료가 판매되는 셈이다.

바이오디젤 혼합경유의 공급자는 물론 정유사다. 정유사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올해 바이오디젤을 구입, 경유와 섞어 주유소에 공급키로 하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 4사는 바이오디젤 공급업체로 등록된 9개사의 바이오디젤을 연간 9만톤 가량 사들여 사용하게 된다. 올해는 그 절반인 4만5,000톤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을 섞는 비율은 0.5% 수준이라는 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산업자원부 석유산업팀 관계자는 “혼합경유에서 발생할 문제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바이오디젤의 혼합량은 매우 적다”며 “앞으로 혼합량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일반경유 995㏄에 바이오디젤 5㏄를 섞으면 자동차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을 구입, 경유와 혼합하는 데는 바이오디젤 업체들이 별도의 판매망을 갖추기 쉽지 않은 데다 이들 업체들이 정유사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산자부는 바이오디젤을 정유사가 의무적으로 유통시키도록 강력한 권고 조치를 내렸고, 결과적으로 7월1일부터 전국적인 판매가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바이오디젤 사용을 유도하는 데는 2011년까지 국내 1차 에너지의 5%를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목표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동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자는 데 정책 목표가 세워져 있다. 그 중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연료로 공해물질이 적고, 중동 이외 지역에서 원료 수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 보급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실제 판매되는 혼합경유는 경제성 면에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콩이나 기타 곡물의 가격이 국제원유가격과 연동돼 움직인다는 점이다. 유가가 오르면 곡물가격도 오르기 마련이다. 아울러 정부가 정한 바이오디젤 의무구입량을 소화하기 위해선 바이오디젤 업체들이 오히려 해외에서 바이오디젤 완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물론 수입가격은 원유에 비해 훨씬 비싸다.

바이오디젤은 생산단가도 비싸다. 정유 업계는 바이오디젤의 경우 생산단가가 경유 대비 300원 정도 비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을 구입하는 가격은 리터당 900원을 조금 넘는다. 현재 세금을 제외한 일반경유의 공장도 가격이 65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경제성 면에선 별로 실효가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정유사가 구입하는 바이오디젤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했다. 혼합경유를 100리터 구입한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99.5리터는 1,230원(2006년 6월27일 공장도가격 기준)의 가격에, 나머지 0.5리터는 450원에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혼합경유 1리터를 구입하면 현재보다 2-3원 정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7월1일부터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라 경유가격이 휘발유 대비 84% 수준에 이르게 돼 있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바이오디젤 혼합유를 사용할 때 얻는 가격적 혜택은 전혀 없다.

또 하나의 논란은 세금 감소다. 정부는 바이오디젤이 연간 9만톤 가량 판매되면 450억원 정도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줄어든 세금은 어떻게든 다른 쪽에서 보전돼야 하는 만큼 새로운 세금항목이 신설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바이오디젤의 경제성이 없다는 점은 산자부도 인정하고 있다. 산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바이오디젤은 경제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그러나 국제기후협약에 따라 바이오디젤 사용 국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덜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경제성은 없지만 친환경성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바이오디젤 사용으로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보다 운행 중인 경유차에 매연여과장치를 부착하는 게 배출가스 감소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바이오디젤의 혼합량인 리터당 0.5% 수준은 배출가스 감소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이 같은 주장을 내놓는 데는 무엇보다 바이오디젤 혼합유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이 전혀 없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바이오디젤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연료임에 분명하다”며 “당장의 시행보다 관련 업계가 공동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자부가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별로 사후 방안에 대해 정리를 했다고는 하나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물론 자동차업계도 기본적으로 바이오디젤이 0.5% 섞인 혼합경유의 사용은 자동차에 별다른 문제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0.1%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를 연료 문제로 판단, 무상서비스 등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자동차가 고장이 났을 때 연료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면 당연히 정유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혼합경유 사용에 따른 책임소재를 정유사로 돌릴 태세다.

그러나 정유사는 바이오디젤 혼합량이 적어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전혀 없는 데도 자동차업계가 정유사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오디젤 보급을 추진한 산자부는 “이미 공청회 등을 통해 혼합경유 사용으로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같이 한 만큼 별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만 설명하고 있다. 결국 만일의 문제가 나타나면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되고, 정작 바이오디젤 보급에 나섰던 산자부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혼합경유 판매가 결국 소비자들의 연료 선택권만 없앴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혼합경유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리터당 50원 정도 비싼 프리미엄 경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경유차를 사용하는 김상진(38. 회사원) 씨는 “혼합경유를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회사가 서비스를 해주지 않는다 해서 일반경유를 사용하려 하는데, 모든 일반경유가 혼합경유로 대체되면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경유를 사용하란 말이냐”며 “일반경유와 혼합경유를 따로 파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유 업계는 혼합경유와 일반경유를 별도로 판매하면 주유소의 저장탱크 시설이 보완돼야 한다는 점에서 분리 판매 방안에 대해선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바이오디젤 판매 자체가 경유 판매량을 줄이는 만큼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정부가 바이오디젤을 강력 판매토록 하는 만큼 어쩔 수 없이 따르기는 하되 판매량 만큼은 최소로 간다는 계획인 셈이다. 이런 마당에 주유소에 별도의 투자를 하기란 곤란할 수밖에 없다.

분리 판매는 사실 산자부도 바라지 않고 있다. 산자부는 여러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5%로 늘린다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정유사가 혼합경유와 일반경유를 분리 판매하는 것을 수긍하지 않고 있다. 만약 분리 판매하면 혼합경유의 사용량이 일반경유 대비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정유사와 산자부의 입장이 맞아 떨어지면서 소비자의 연료 선택권만 사라지게 된 셈이다.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에선 공통적으로 7월1일부터 혼합경유를 사용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섞으면 빙점(氷點)만 높아져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의 경우 어는 점이 경유에 비해 높아 겨울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바이오디젤의 혼합율이 낮아 현재로선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만 혼합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정유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디젤 혼합경유의 등장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5% 증대라는 정책 목표 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혜택을 보는 쪽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바이오디젤 원료를 공급하는 미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다른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로선 혼합경유를 사용하면서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바라는 수밖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이에 대해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백도민 씨(자영업, 36세)는 “혼합경유 사용으로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정유사와 자동차회사가 책임을 서로 전가하게 될 것”이라며 “이 문제는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수분 과다로 문제가 됐을 때와 같은 경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분 과다 문제란 커먼레일 디젤엔진에 수분이 섞인 연료가 공급돼 엔진이 고장 난 경우를 말한다. 한때 정유사와 자동차업계는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정유사는 자동차의 연료필터 이상이 원인이라는 주장을 펼친 반면 자동차회사는 연료에 물이 섞였다는 점을 내세웠다. 결국 양측은 개별 주유소의 저장탱크 관리 부실로 이유를 돌려 주유소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하지만 주유소 또한 이미 다른 주유소에서 넣은 연료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 소비자는 자비로 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소보원과 건교부 등도 원인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주유소로 화살을 돌리며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혼합경유 사용으로 인한 문제도 결국 이 같은 상황의 재연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개인 지갑을 열어 울며 겨자 먹기로 수리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과 소비자지만 이번 바이오디젤 혼합경유 사용 문제에 관해선 소비자가 철저히 배제됐던 셈이다.

권용주/오토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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