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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탓인가… 환경의 습격

이상기후 탓인가… 환경의 습격

1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의 야산. 전기 드릴을 든 10여명의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간다. 등산로가 없는 숲을 뚫고 가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도 살을 드러내지 않은 긴옷을 입었다.

한 소나무에 두 명씩 달라붙더니 한 사람은 장비로 구멍을 내고 다른 사람은 뚫린 구멍에 약품을 넣는다. 이 같은 ‘나무주사’를 맞는 소나무들은 멀리서 보기에는 아주 약간 색이 누런 정도로 별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본 솔잎은 초록색인 듯하면서도 누렇다. 솔잎혹파리가 수액(樹液)을 빨아먹은 소나무들이다. 산림조합이 이렇게 인원을 동원해 솔잎혹파리 방제 작업을 벌인 지 두 달째다. 평창군의 방제작업을 맡아 진행 중인 평창군 산림조합 박경돈씨는 “소나무 담당을 5년 동안 했는데 이렇게 솔잎혹파리 피해가 심한 것은 처음”이라며 “방제는 5~7월에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솔잎혹파리의 기습은 평창군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산림청 집계에 따르면 2004년 말 7만3000㏊(2억2082만평에 해당, 1㏊는 약 3025평)에 불과하던 솔잎혹파리 피해 면적은 작년 말 14만8000㏊로 급증했다. 1970년대 이후 지속적인 방제에 의해 계속 줄어들던 피해 면적이 갑자기 늘어난 셈이다. 특히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소나무 재선충병을 막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가 갑자기 솔잎혹파리에 당한 꼴이 됐다.

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원하는 평창군의 경우 특히 신경이 곤두서 있다. 평창군 관계자는 “솔잎혹파리가 더 퍼져서 숲이 누렇게 물들어버리면 유치 운동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비상을 걸고 방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군은 올해 3000㏊ 정도에 하려던 방제 작업 면적을 5000㏊로 늘렸다. 평창군, 인제군, 영월군을 비롯한 강원도의 피해가 큰 편으로 강원도 전체의 방제 면적은 올해 초에는 8500㏊였지만 현재는 1만4000㏊로 증가했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솔잎혹파리 유충이 달라붙어 소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 상태에서 방제되지 않은 채 방치된 소나무는 5년 이상 되면 30%가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잎혹파리가 한국에서 처음 발생한 것은 1929년으로 알려져 있고, 70~80년대에는 극심한 피해를 줬다. 재선충병이 에이즈로 비교될 만큼 소나무에 치명적인 병이라면 솔잎혹파리는 지병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다.

갑자기 솔잎혹파리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추정이 나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최광식 박사는 “솔잎혹파리는 10~12년마다 심해 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솔잎혹파리 피해면적은 1995년에도 전년까지는 점차 줄어들다가 갑자기 늘어난 적이 있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기후 변화다. 일부에서는 지난 겨울과 그 전 겨울의 기후가 솔잎혹파리가 번성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발생 면적이 수년 동안 계속 줄어든 것에 맞춰서 방제 면적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나무 주사를 통한 방제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방법도 반드시 동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림과학원 최광식 박사는 “생물학적인 방제 방법과 소나무 숲의 건강 자체를 높이는 방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솔잎혹파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인 방제 방법은 솔잎혹파리의 천적인 솔잎혹파리먹좀벌과 혹파리살이먹좀벌을 피해 지역에 옮기는 방법이다.

(평창=정성진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jchung.chosun.com])

솔잎혹파리는

암컷의 경우 길이 2~2.5㎜, 수컷은 1.5~1.9㎜인 곤충이다. 소나무 숲 아래에서 벌레 상태로 있다가 5~7월에 성충이 되어 나무 위로 날아 간다. 새로 나온 솔잎 하나에 90개 정도의 알을 낳고 죽는다. 그래서 솔잎혹파리의 피해를 입은 소나무는 가지의 끝에 새로 나는 솔잎이 누렇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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